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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률적인 프로그래머 - 8점
닐 포드 지음/지&선(지앤선)

이 책은 아주 재미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이다.
프로그래머를 위한 책이지만 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한 이야기는 없으며, 오직 어떻게 해야 작업능률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능률적인 프로그래머란,
같은 작업에 대해서 다른 사람보다 더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겠다.

똑같은 프로그램을 남보다 더 빨리 짤 수 있는 프로그래머 역시 능률적인 프로그래머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프로그래머가 되는 방법을 다루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똑같은 코드를 어떻게 더 빨리 입력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주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프로그램을 띄우는데 어떤 사람은 시작 프로그램에서 찾아서 실행시키고, 어떤 사람은 바탕화면에서 더블클릭해서 실행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단축키로 등록해놓고 실행시킬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마지막 사람을 능률적인 프로그래머라고 부르며, 능률적인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한 여러 방법들, 그리고 그것을 도와주는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을 덤으로 배울 수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많은 유용한 애플리케이션들의 웹사이트를 다 찾아가봤는데, 조금 불만이었던 것은 책에서 설명한 것만큼의 기대에 못미치는 조잡한 프로젝트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Subversion이나 Vim같이 이미 널리 쓰이는 메이저 프로덕트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이 책은 원서가 2008년에 발행되었는데, 그 훨씬 이전부터 개발이 중단된 오픈소스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고, 실제로 써먹을만한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없었다.

애플리케이션은 하나도 못 건졌지만, 그래도 이 책에서 아주 중요한 것 하나를 건졌는데 그것은 능률적인(DRY한) 프로그래머가 되어야겠다는 마음가짐이다.

나는 지금까지 2년여 정도 vim 에디터를 써오고 있었는데, 가만 돌아보니 그동안 꽤 오랫동안 vim만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쓸줄 아는 기술이 거의 없음을 깨닫고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에디팅을 하다가 불편한 점이 생기더라도
'어딘가 쉬운 방법이 있긴 할텐데 나중에 찾아보지 뭐'
이런 썩은 마음가짐으로 여태까지 시간을 흘러보냈던 탓이다.

작년 12월 말에 이 책을 보면서, 2010년에는 vim의 달인이 되자는 생각을 가졌는데, 1월 한달 동안 조금씩 노력한 결과 2년 동안 할 수 있던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책 내용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다.
편집을 하다가 마우스에 손이 간다면, 그 작업을 취소하게 하고 단축키를 이용해서 똑같은 작업을 2회 반복해서 다시 하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가르친다면 배우는 사람의 실력이 부쩍부쩍 좋아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군대에서 고참에게 아래 한글을 배우는 중이 아니다. 회사에서 저런 방식으로 가르쳐주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직 혼자서 머리속에 각인 시킨채 노력해야만 하는데, 이것이 참 어렵다.

하지만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다들 능률적인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질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