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똥이 마려워 집으로 돌아간 이야기
방금 전 갑자기 생각난 일이다.
2007년 쯤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출근을 하려고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는데 배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시원하게 볼일을 보면서 오전반차 신청을 했다.
반차 사유로 '출근길에 똥이 마려워서 다시 집으로 돌아감' 이라고 적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곧 이어 당시 팀장님에게 사유를 좀 무난하게 적어달라는 피드백을 받았었다. 자기가 사유를 '개인 사정'이라 고쳐줬다는 말과 함께.
나는 '사유: 개인 사정' 보다는 '사유: 출근길에 똥이 마려워서 다시 집으로 돌아감' 이 더 좋은데.
아마 그 당시 조엘온소프트웨어를 재밌게 읽었던 것 같다.
스펙문서를 쓸 때는 딱딱하고 재미없게 쓰지 말고 웃기게 써라. 어이없을 정도의 말투와 웃음도 괜찮다. 유머는 진짜 중요하다. 사람들이 프로페셔널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뭐라하더라도 신경쓰지 말아라. 뭐 이런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지금 다시 찾아보니 이 글인 것 같다. https://www.joelonsoftware.com/2000/10/15/painless-functional-specifications-part-4-tips/ )
저 똥 이야기가 조엘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어느정도는 비슷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네이버라는 회사를 다닐 때도 딱딱하고 갑갑한건 마찬가지였다. 저 정도의 사유도 눈쌀 찌푸리고 잔소리 하는 회사들이 2019년인 지금도 80%는 될 것 같다.
나는 결국 저 똥 이야기를 받아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았는데, 그 회사는 바로 카카오였다.
유머를 존중하고 격식을 따지지 않았던 회사. 그래서 내가 카카오를 그만둔 지금도 카카오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개똥생각이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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