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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못 다한 인터넷 이야기 - 8점
김태규 지음/성안당

올해 초에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제목과 목차를 살펴보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서관에 신청해두었는데 이제야 보게되었다.
사실 나는 90년대와 2000대 초반의 국내 인터넷 기술과 사업들이 어떻게 성공했고 또 망했는지 다루는 책을 기대한 것이었지만, 그런 내용들보다는 구글과 네이버 같은 회사들의 웹2.0 -이제는 식상하기까지한- 이야기가 더 많아서 조금 아쉬웠다.

물론 내가 원했던 내용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판도라TV나 새롬의 다이얼패드 그리고 싸이월드의 이야기 등은 아주 유익하게 읽었다. 나는 2003년 12월에 제대했는데, 바깥 세상에 나와서 싸이월드 신드롬에 꽤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국내에서조차 싸이월드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지만.

또 이 책에서 웹2.0식 대출이라는 재밌는 아이디어와 팝펀딩이라는 국내 사이트도 알게되었다.
돈을 은행에서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P2P처럼- 소액을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에게 빌려서 목돈을 구하는 방식인데, 상환율이 95%를 상회한다고 한다.
진짜 95%정도 될까 궁금해서 나도 한 5만원쯤 버리는 셈치고 투자해볼까 하고 들어가봤는데 웹사이트에 '신뢰할 수 없음' 이라고 써있는 것 같아서 잠깐 둘러보다가 관뒀다.
언제부턴가 웹사이트를 방문했을 때 팝업창이 튀어나온다거나 아무짓도 안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액티브엑스를 설치하라고 한다거나, 회원가입시에 주민등록번호나 전화번호를 요구하는 사이트는 죄다 벌레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가입하기만하면 내 개인정보가 디지털 세상의 온 뒷골목에 다 복사되어 다닐 것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내가 너무 예민한걸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게다.

구글의 유투브는 이 책이 나왔을 당시인 1년전보다도 훨씬 많은 양의 동영상이 올라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수익을 낼 방법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유투브가 어떤 혁신적인 방법을 찾아낼지는 정말 궁금한 부분이다. 물론 판도라TV 처럼 앞뒤로 광고를 쑤셔넣는 중국식 수법은 쓰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럼 이 책에서 그 답을 가르쳐주느냐 하면 대답은 '아니오'이다. 그건 시간이 가르쳐준다고 하니 좀 기다려보자.
궁금해 죽겠지만 어쩌겠는가. 짱구를 암만 굴려봐도 모르겠는걸.
아래는 어느 한국인 구글러의 블로그 주소인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훌륭한 통찰력과 사고방식들을 배울 수 있다.
http://www.mickeykim.com/

이 책에서는 정치 얘기도 많이 나온다. 책 서문에서 김대중과 노무현이 IT 산업을 10년동안 일구어놨는데, 이명박이 다 망쳐먹고 있다고 너무 감정적으로 글을 써놔서 좀 놀랐다.
나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책 후반부에는 기술보다는 정치적인 얘기로 가득차 있어서 조금 지루하고 슬쩍 짜증도 났다.
뭐 그런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깐.

책은 전체적으로 아주 재미있고 기자가 쓴 글인만큼 문장이 좋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기사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 부분이 많은데, 그 인용한 부분의 전체 내용을 찾아볼 수 있는 소스를 같이 제공해주지 않은 것이 조금 아쉽다. 찾아보고 싶은 부분도 많았었는데.
e-book은 아직 한번도 구입해본 적이 없지만, 뭔가 부분을 인용할 때 전체 내용을 찾아갈 수 있는 하이퍼링크를 제공해주었으면 좋겠다. 독자가 쉽게 따라가볼 수 있도록 말이다.
꼭 e-book이 아니더라도 책을 쓸 때 참고한 url을 잘 모아두기만 하면 나중에 책에도 넣고 동시에 출판사 홈페이지에 올려서 -손으로 타이핑해서 찾아 가라고 할순 없으니깐- 독자들이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주면 좋을텐데.

아참 책 중 너무 웃긴 내용이 하나 있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검색엔진 빙이 출시된 이후 가장 큰 이득을 본 국내 회사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가?
http://www.bing.co.kr

실로 아름다운 도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