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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산업의 멸망 - 7점
김인성 지음/북하우스
선정적인 책 제목만큼 내용도 꽤나 자극적이고 과격하다.

언젠가 구글 블로그에서 이 책 100권을 무료로 보내준다고 하길래 뭐지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고개가 조금 끄덕여 진다.

저자는 MS와 네이버는 악의 축이고 삼류 제품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데 반면 구글과 애플에 대해서는 찬양 일색이다.
현재 구글이나 애플이 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MS의 제품들이 하나 같이 쓰레기 삼류 제품이라고 말하는 것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 오래전부터 KLDP 에서 리눅스를 하는 몇몇 사람들이 MS 제품들을 무조건 비방하는 글들을 많이 봐왔다. 아니 좋은건 좋다고 할 줄도 알아야지 윈도가 얼마나 잘 만든 제품인지를 정말 몰라서 그러는건가?

책 절반 동안 내내 MS와 네이버 욕을 하다가 나머지 후반에는 아이폰과 통신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전반부에서는 한쪽은 욕하고 다른 한쪽은 찬양하는 내용들 뿐이라 읽기가 불편했는데, 후반부에 와서야 기술적인 내용들이 많이 섞여있어서 좀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이동 통신과 IPTV에 대한 내용이 좋았다.

에필로그의 제목은 '멸망 속 희망을 찾아낼 당신을 기다리며'이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정말 한국 IT 산업이 멸망하고 있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 IT사 100 - 8점
김중태 지음/e비즈북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지난 IT역사의 큼직큼직한 많은 이슈들을 정리해놓은 책이다. 저자가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을 따름이다. 아마도 정확한 자료를 구하느라 꽤나 힘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 노력 덕분에 나는 편하게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기억들을 되살려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내가 처음 컴퓨터를 만난 해는 1989년인가 90년이었다.
그 컴퓨터는 삼보 트라이젬 XT 8088 어쩌구 하는 모델이었는데, 하드디스크도 20MB나 달려있고 키보드도 88키가 아닌 101키 키보드였다.
20MB 하드 디스크는 정말 얼마나 크고 빨랐는지, 당시에는 정말 채워도 채워도 차지않는 넓은 사막처럼 느껴졌었다.

두번째 컴퓨터는 94년도에 용산에서 샀던 486이었는데 4MB 램을 달고 세상의 모든 DOS용 게임들을 했었다.

그리고 99년도에 펜티엄2 350Mhz를 샀었고 이것은 거의 스타크래프트 용도로만 쓰였다.

3개의 컴퓨터를 사용하는 동안 10년이 넘게 흘렀는데, 그 용도가 게임과 PC 통신밖에는 없었다. 돌아보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책에서는 8비트 키드 어쩌구 하면서 10대들이 멋진 해커로 자라고 있는데 나는 방구석에서 대항해시대나 삼국지만 죽어라 했으니 말이다.
뭐 그 덕분에 지중해에 어떤 도시들이 있는지는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긴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는 없고,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쩔 수 없다.

제대하고 나서 2004년도에 펜티엄4 2.4C 셀러론을 샀는데, 이 컴퓨터로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이란 것을 시작했고 나는 컴퓨터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이 컴퓨터는 새 것으로 교체할 때 마음이 참 아팠다.

그리고 지금쓰고 있는 것은 2007년도에 샀던 코어2듀오 2.33 6550인데 램을 5G를 달아놓고 리눅스와 윈도우즈를 동시에 돌리면서 아주 잘쓰고 있다.

컴퓨터를 4-5년 주기로 한번씩 바꾼 셈인데, 전자제품에 대해 엄청난 지각수용자인 나에게는 아주 적당한 기간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국내 역사만을 다루고 있다. 쭉 읽어보니 자긍심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고, 속상한 부분들도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훌륭한 해커들처럼 나도 어떤식으로든 나라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앞으로 국내에 혁신적인 기업들과 제품들, 그리고 해커들이 많이 탄생해서 이 책이 계속 개정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