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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신화와 야망 - 8점
랜달 스트로스 지음, 고영태 옮김/일리
이 책이 구글이라는 회사를 주제로한 몇 번째 책인지 모르겠다.
구글은 언제나 이야기를 몰고 다니며, 그 이야기들은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나는 가볍게 읽어볼 마음으로 이 책을 선택했고, 읽는 동안 뇌가 충분히 즐거워서 아주 만족스러웠다.

이 책은 구글을 쫓아 다니며 열심히 연구한 저자의 경험과 느낌들이 실려 있는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내용들 말고도, 구글의 도서 스캔 프로젝트와 구글 어스, 그리고 유부트 인수 과정에 대한 뒷 이야기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나는 Gmail의 문맥광고가 탄생했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다.


Marissa Mayer

Marissa Mayer


당시 구글은 Gmail이 어느 정도 개발되고 메일 서비스를 어떻게 수익원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 고심하고 있었는데, 마리사 메이어 부사장은 다른 메일들처럼 무료로 적당한 용량을 주고, 돈을 내는 사용자에게는 더 큰 용량을 주어서 수익을 얻는 단순한 구조를 생각하고 있었다.

Paul Buchheit

Paul Buchheit


Gmail팀을 이끌고 있던 폴은 메일 내에 광고를 넣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이런 그의 의견은 메이어 부사장에 의해 번번히 제지당하고 있었다.

메일을 런칭하기 직전 어느날 새벽 3시에 사무실에 남아있던 메이어는 폴에게
"이제 광고 생각은 완전히 접은거지?" 라고 물었고 폴은 "예." 라고 대답했다.

메이어가 퇴근하고 나서 폴은 홀로 남아서 인터넷에서 어휘 분석 코드를 구해 Gmail 시스템에 문맥 광고를 붙여놓은 뒤에 아침에 퇴근을 했다.

다음 날 출근한 메이어는 메일에 광고가 들어가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서 자고 있던 폴에게 전화해 빨리 돌려 놓으라고 야단법썩을 떨었지만, 곧 이런 광고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을 깨닫고는 금새 마음을 고쳐먹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크게 히트를 쳤고 나중에 애드센스로 발전하게 되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부분에 대해 자존심따위는 버리고 인정해버리는 마리사 메이어의 태도는 본 받을만한 점이다. 하지만 내게 그것보다 더 놀라웠던 점은 즉흥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를 단 몇 시간만에 구현해버리는 위대한 해커의 능력이었다.

물론 그는 오픈소스를 이용했겠지만, 오픈소스라고 해서 국민학교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처럼 손쉽게 가져다 붙일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만일 그게 뭐가 어렵냐고 떵떵거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정말 엄청난 해커이거나 아니면 흔히 볼 수 있는 허풍쟁이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은 재미를 위해 보통은 조금 더 과장되는 법이지만, 그래도 골치아픈 생각하지 않고 머리 식힐 겸 읽어보기에는 적당한 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