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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똑딱이 포토그래퍼다 - 8점
안태영(정민러브) 지음/한빛미디어

어제는 불꽃 축제를 다녀왔다.
불꽃 축제는 한화에서 진행하는데, 나는 운이 좋게도 한화 블로그에서 무려 1500분의 1 확률의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맨 앞의 좋은 자리에서 너무 편하게 아름다운 장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나는 한화하면 류현진이하고 빙그레밖에는 연상되는 것이 없었는데, 이번 일로 호감도가 많이 상승했다.

어쨌거나, 기왕 좋은 자리에서 보는거 사진이라도 몇 장 남겨두고 싶어서 평생 사진에는 관심도 없던 내가 회사에서 동료에게 DSLR을 빌리고, 아침에 도서관에서 DSLR 책과 이 책을 빌려서 몇가지들을 공부하고 조작법을 연습한 뒤에 한강으로 갔다.

불꽃들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가슴이 쿵쾅 쿵쾅 두근 거리도록 감동적이었는데, 집에 돌아와서 찍은 사진들을 컴퓨터에서 열어보니 그 예뻤던 불꽃이 다 불떡이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똑딱이 카메라를 항상 가방에 휴대하고 다니지만, 잘 꺼내지도 않을뿐더러 한 번 찍더라도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떡이 되고 만다. 카메라가 꼬졌구나, 좋은 카메라를 사면 나도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왔었는데, '아, 안되는 놈은 뭘로 해도 안되는구나.' 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럼 되는 놈은 뭘로 해도 될까?
얼마 전에 한빛미디어 사이트에서 새로 나온 책들을 살펴 보다가 눈길이 가는 책 제목을 발견해서, 조금 살펴보았었는데 소개글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어제 이 책도 같이 빌려왔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불떡 사진들을 보면서 문득 어제 빌려놨던 이 책이 생각이 났다.
똑딱이로도 사진이 잘 나오긴 하나. 어떤 사진들이 있나 한 번 보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책이 아주 재미있어서 금새 다 읽었다. 우선 똑딱이로 찍었다는 그 사진들이 너무 좋았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독자들을 공감하게 하고 설득시키는 글솜씨가 참 마음에 들었다.



책에 나오는 사진들을 보면 사진을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이게 정말 똑딱이로 찍은게 맞는건지조차 모르겠다.
그 사진들 중에는 시흥역이나 석수역이 종종 등장하는데 그 곳은 우리 동네이기도 하고 내가 어렸을 때 부터 아주 많이 밟고 지나 다녔던 곳이다. 그 익숙한 장소들이 아름다운 사진으로 그려질 수 있다니 나도 사진을 잘 찍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왕창 생겨버렸지 뭔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이 사진은 정확히 어떤 카메라로 찍었을까 였다. 그런데 카메라 제품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책에는 없지만 글쓴이의 블로그에서는 정확히 어떤 카메라로 찍었는지에 대한 정보도 공개가 되어 있다. 똑딱이는 똑딱이인데, 물론 역시 내 것보다는 훨씬 좋은 30만원 이상의 카메라들이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정말 똑딱이로도 할 수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이 곳이 저자의 블로그이다. 가서 한 번 그의 다른 사진들을 구경해보라.

나는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는데, 메일 주소도 찾을 수 없고 로그인한 사람만 글 쓰기를 허용해두고 있어서 그냥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