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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점이 온다 - 8점
레이 커즈와일 지음, 김명남.장시형 옮김, 진대제 감수/김영사

회사에 과학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이 책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앞으로 변할 미래 세계의 모습을 담은 책인데, 그리 멀지 않은 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변화를 예언하고 있어서 나는 사이비같은 이야기라 생각하고 한귀로 흘려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진대제의 열정을 경영하라라는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고는, 그가 쓴 다른 책이 없을까 하고 찾아봤는데 이 책이 떡하니 나오는 것이 아니겠는가.(진대제는 감수만했다.)

책의 부제처럼 특이점이란 기술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이다.
특이점이 오게되면 기술 발전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우리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라지게 되고 지금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시기를(컴퓨터가 튜링테스트를 통과하게되는) 2020년대 중반 내지 후반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특이점이 오게되면, 컴퓨터가 인간보다 똑똑해지고 그 컴퓨터들이 기술을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시켜서 우리가 상상하던 모든 것들과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 조차 이루어 질 것이다.

물론 당연히 여기에는 많은 의심이 있을 수밖에 없다. 기술 발전 속도가 현재도 빠르다고는 하지만, 90년대 초반 우리들이 어렸을 적에 머리속에 그려왔던 2010년의 모습은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하고 심지어는 하늘을 날라 다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2010년의 도로를 살펴보면 조금 더 고급 자동차들이 달리는 것 말고 큰 변화는 없다.
전철역에서 노란 종이표를 집어 넣고 다시 빼가는 90년대 사람들의 행동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20년이 지나면, 컴퓨터가 튜링테스트를 통과하게 된다니(너무 똑똑해서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별조차 할 수 없게되는)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들 조차도 의심하고 돌을 던질만 하다.

하지만 지은이는 선형적으로 계산하면 안되고, 지수적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설명하는데(아래 그림 참조) 이 책에서 보여주는 지은이의 엄청난 지식이 뒷받침된 견해들과 함께 읽어나가다보면, 엇 정말 그렇게 되는것 아냐?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수확 가속의 법칙

수확 가속의 법칙



빌게이츠같은 최고 수준의 미래 예언가들조차 지은이를 찾아가서 의견을 구하는 모습들을 보면 우리는 이 사람의 말들을 그냥 한귀로 흘려버리는 것이 너무 어리석은 행동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한 번쯤 해볼만하다.

이런 특이점이 오기 위해서는 컴퓨터 하드웨어와 인공지능 분야뿐만이 아니라, 나노공학이나 유전공학 등 많은 과학 분야의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그 중에서 컴퓨터과학 분야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들에게 있어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나는 특히 사람의 뇌를 역공학하는 부분이 아주 재밌었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발명품이라고 여겨지던 뇌가, 병렬처리 능력을 빼고는 컴퓨터보다 나은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뇌에 대한 분석이 완료되면 컴퓨터가 서로간에 데이터를 복사하듯이 우리 뇌에 들어있는 지식들도 다른 사람에게 복사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특이점이 오기를 갈망하며, 하루에 영양제 200알씩을 먹어가면서 담당의사까지 두고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데, 나는 그런 현실이 별로 기대되지 않아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 놀이터의 흙냄새와 잔디밭의 풀냄새는 나에게 아주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나는 30살이 가까워진 지금도 종종 집근처에 있는 놀이터와 공원에 가서 옛날처럼 캐치볼을 하며 놀고는 하는데, 앞으로 우리의 자식들이 컴퓨터의 가상현실 속에서 스포츠나 연애같은 모든 놀이들을 해결할 것을 상상하면 끔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