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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YO'S ASP - 8점
김태영 지음/삼양출판사

내가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01년도 였다.
그 때는 그냥 ASP라는게 다 있구나, 이 빨간 책이 유명한책인가보다. 태요? 이름이 특이해서 왠지 끌리네 하는 느낌 정도 였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복학한 후 연구실에 들어가서 공부를 한지 1년 쯤 지났을 때, 아마 그러니깐 2005년도 겨울 방학 때였다.

방학 때마다 항상 뭔가를 하나씩 만들었었는데, 그 방학때 만들기로 한 것은 연구실 홈페이지였다.

당시 우리는 웹 프로그래밍의 기본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고, 단지 C/C++ 을 사용하여 고만고만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수준 정도 였었다.

홈페이지의 목적이나 레이아웃, 어떤 컨텐츠를 넣을 지에 대해서는 화이트 보드 앞에 모여 앉아서 지금 생각해도 제법 그럴 듯하게 회의를 하면서 잘 결론을 지어냈다.
나머지는 어떤 언어를 사용해서 만들까였는데,  나는 그 당시 C#을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ASP.NET으로 한번 해보자고 주장했지만, 다른 모든 사람들은 ASP로 하길 원했다.

결국 ASP로 하기로 결정하고는, 옛날의 기억을 살려 이 책을 빌려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99년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을 볼 당시인 2005년도 겨울은 슬슬 AJAX란 말이 들려오기 시작 할 때 였는데, 나는 너무 옛날 책을 보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 ASP에 대한 다른 볼만한 책도 없었다. 이 책 내용 중에 저자가 추천하는 Wrox의 책을 선택했다면 아마 프로젝트를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고 쉬웠지만 지금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 책의 설명은 정확하고 수준 높은 지식을 전달해주지는 못했다.
아마 웹 프로그래밍에 어느 정도 익숙한 사람이 지금  이 책을 보게 된다면, 뭐 이런 쓰레기 같은 구시대 책이 다 있어 하고는 집어 던져버릴지도 모르겠다.
이 때 이 책을 보고 만든 홈페이지만 해도 공격당하기 쉬운 코드 투성이었으며 파이어폭스로 들어가면 괴물 형상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물론 파이어폭스 문제는 드림위버로 만들어진 떡코드를 그대로 사용한 우리의 잘못이다. :)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우리 팀장님이 연구실 홈페이지를 해킹한 것이다.
어느날 옆에 오셔서는,
"재호씨 학교에서 숙제가 나왔는데 홈페이지를 해킹해야해요."
"근데요?"
"요즘 만든 페이지들은 다 너무 잘만들어져 있어서 공격하기 쉽지가 않더라구요. 재호씨가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만든 연구실 홈페이지에다가 좀 해보면 안될까요?"
"네........................"

최고의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

결국 팀장님은 우리 연구실 사람들의 주민등록 번호랑 개인정보들을 쉽게 빼낼 수 있었고, 아마 그걸로 A+을 받았을지는 잘 모르겠다.

음 어쨌든, 다시 돌아와서.
이 책의 예제코드는 구식이고, HTTP 프로토콜이나 웹프로그래밍 기술에 대해서 수준높게 다루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erver Side codes에 대해서 전혀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아마도 그것은 김태영씨가 초보자에게 쉽게 설명하는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또 둘째가라면 서러울만한 유머센스를 겸비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현재 책을 쓰고 있는 국내 저자 중에서 김상형, 윤성우, 김태영씨를 특히 좋아하는데, 김태영씨는 다른 두 사람만큼의 깊은 내공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김상형과 윤성우의 책들은 몇 몇 책들만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반해 김태영의 모든 책들은 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김태영의 책이 더 읽기 쉽고 재밌기 때문이다.
다른 두명의 책이 내용만 좋고 재미없다는 뜻은 아니다. 이 사람들 역시 읽기 쉽고 재밌게 글을 쓴다. 하지만 김태영의 책은 더 읽기 좋고 더 재밌다^^

내 친한 친구가 그 때 당시 선물해준 Aron 기계식 키보드와, 비주얼 스튜디오가 아닌 에디트 플러스에서 작성되는 분홍색 코드들. 처음 만나보는 괄호 없는 VB 문법. 그리고 김태영의 유머러스한 글.
이 모든 것들이 조합되어 한줄 한줄 코딩을 할 때마다 뇌에서 엔돌핀이 솟아 나오는 느낌이었다.

얼마전인 5월 스승의날에 졸업생들이 모여 연구실을 찾았을 때, 후배 중 하나가 연구실 홈페이지가 너무 낡았다며 새로 만들겠다고 했다.
우리들의 추억이 없어져 버리는 것 같아 조금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마치 몇 년전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나저나 그 때 프리젠테이션 했던 이 빌어먹을 후배녀석은 아무래도 아직까지 한줄도 코딩을 안하고 있는 것 같다, :(
이 녀석들의 방학이 끝날 때 쯤엔 이쁘고 새로운 우리의 공간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