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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넥슨의 김정주가 넥슨 주식 사건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 했다. 알려진대로 그는 무죄가 확정되었다.


김정주입니다.

  

그동안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저는 지난 2년여간 넥슨 주식사건과 관련해 수사와 재판을 받았고, 지난 19일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저는 1심 법정에서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앞으로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되갚는 삶을 살아가겠습니다”라고 약속드렸습니다.  그동안 이 약속을 잊지 않아야겠다는 다짐 속에서, 무엇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조금씩 정리해 왔습니다. 지난 2월에 발표한 넥슨재단의 설립도 그 같은 다짐의 작은 시작이었습니다. 

  

이제 2년 전 약속을 실천해 나가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제 가족이 가진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새로운 미래에 기여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현재 서울에만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이 전국 주요 권역에 설립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서 이른 시일 내에 조속히 착공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청년들의 벤처창업투자 지원 등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들로 기부를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이와 같은 활동을 위해선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재판을 받는 중에, 1994년 컴퓨터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창업했던 조그만 회사가 자산총액 5조를 넘어서는 준대기업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함께 일해온 수많은 동료의 도전과 열정의 결과인 동시에, 우리 사회의 배려 속에서 함께 성장해왔다는 점 또한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저와 제 주변을 깊이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한 가지 약속드립니다. 

  

저의 아이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승계시키지 않겠습니다.   


이는 회사를 세웠을 때부터 한 번도 흔들림 없었던 생각이었습니다만, 공개적인 약속이 성실한 실행을 이끈다는 다짐으로 약속드립니다. 국내외 5,000여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기업의 대표로서 저는 더욱 큰 사회적 책무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넥슨이 이 같은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직원들의 열정과 투명하고 수평적인 문화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런 문화가 유지되어야 회사가 계속 혁신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약속 역시 성실하게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앞으로 전문가 여러분들을 모시고 투명한 준비 과정을 거친 뒤 조속한 시일 내에 기부 규모와 방식, 운영 주체와 활동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겠습니다. 

  

직접 뵙고 말씀드리지 못하고, 글로써 말씀드리는 것을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김정주 드림 


읽어보면서 쌩뚱 맞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이전에 사건이 터지고 사과문을 발표할 때 등기이사를 사임하고 넥슨에서 물러난다고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경영권 이야기와 5,000여 구성원들의 대표라는 표현에서 그가 여전히 회사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사고만 터지면 몸을 숨겼다가 다시 나오던 기존의 여느 대기업 총수들하고 똑같은 것 아닌가. 1,000억원 이상 필요할 것 같다는 표현도 왜 넣었는지 모르겠다.


예전 사과문도 다시 한 번 찾아보았다.


머리 숙여 사죄 드립니다. 

분노와 좌절을 느끼셨을 국민들, 넥슨의 오늘을 만들어주신 고객, 주주 여러분과 임직원 여러분,

저는 사적 관계 속에서 공적인 최소한의 룰을 망각하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너무 죄송하여 말씀을 드리기 조차 조심스럽습니다.

법의 판단과 별개로 저는 평생 이번의 잘못을 지고 살아가겠습니다.


저는 오늘부로 넥슨의 등기이사직을 사임합니다.

앞으로 넥슨이 처음 사업을 시작하며 꿈꾸었던 미래지향적 기업과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기업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사죄 드립니다.


김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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